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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수)
[김용복] 한반도에서의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  
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 : 정 평 창 운동의 전개

- 보건의료인의 희년운동 참여를 제창하며 -

김 용 복 (한일신학대학교 총장)


급변하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세계 경제질서는 대, 내외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수많은 생명들이 기아와 빈곤에 시달려 죽어 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냉전체제가 와해되고, 국제 군사질서가 개편되고, 한반도의 비핵제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군비경쟁은 질적으로 더 차원 높게 이루어지고 있어 인간생명을 보다 대량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심화되는 경제, 사회적 문화적 갈등과 민중의 참여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체제와 기득권자들을 불안하게 하여 저강도 전쟁식의 안보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하여 폭력구조를 내면화하는데 이르게 할 수 있다. 결국, 의료보장, 사회보장, 사회경제적 안전 등의 생명의 보호막을 파괴해 생명의 안전을 해체며 나아가 생명을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 출발한 산업화 과정은 고도성장의 목표를 향한 계획(경제계획이나 기업의 계획)과정으로 전환되면서 자원의 착취, 생명환경의 파괴, 그리고 공해문제 등 생태계 전체의 파괴라는 지구적인 위기를 가져왔다. 생명계의 위기는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생명에 위협을 주고 있다. 나아가서 전쟁과학과 기술, 그리고 전쟁을 위한 무기체계는 핵무기를 비롯하여 생화학 무기를 통하여 생명계를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은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신앙고백과 계약적 연대(Covenant Solidarity)를 형성하면서 세계적 협의와 행동의 과정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우리 한국기독교 운동은 이 정평창운동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희년운동으로 전개하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는 1995년을 평화와 민족통일을 위한 희년으로 선포하였는데, 이것은 단적으로 1995년이 되면 우리 삼천리 금수강산의 땅이 한민족의 생명의 보금자리로 회복되고, 이분단의 쇠사슬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희년의 성서적 근거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신 것이 그 근원이 된다. 하나님의 은혜의 해에는 성령이 임하시고, 성령이 임하시면 가난한 자가 복음을 전해 들으며, 포로된 자가 자유케 되고 눈먼자가 다 보고 눌린자가 자유케된다. (누가복음 4장 18 - 19절)이 희년은 멀리는 출애굽 사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것은 안식년(출애굽기 21:1 - 23:33)으로 제도화되었다고 다시 희년(레위기 25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성경에서는 매 50년마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희년을 선포하게 된다. 안식년은 7년마다 선포되는데, 안식년에는 노예가 해방되어 사회경제적인 종속관계가 풀어진다. 이런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다음에 오는 첫해 즉, 50년이 되는 해를 年歷으로 정하여 선포한다. 안식년의 선포나 희년의 선포나 그 의도와 뜻은 같은 것이다. 즉 하나님의 백성이 종속적이고 노예적인 사회관계에서 자유롭게 되고 빚으로 빼앗겼던 땅이나 팔렸던 땅을 다시 돌려 받게 되는 사건이 안식년과 희년에 일어난다. 하나님의 백성의 평화와 정의의 공동체가 회복되는 것이다. 에집트의 바로의 전제체제는 히브리인들을 비롯한 노예 노동자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아 체제를 유지하였고, 바벨론의 제국체제는 이스라엘과 같은 약소 민족을 포로로 끌어가 그들의 생명을 앗아 해골골짜기를 이루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에게도 1995년이면 분단의 사슬에 매인지 50년이 되는 것이니 우리의 땅이 회복되고, 사회적 관계가 정의로워지며, 경제적 살림살이가 온전해져 마침내 샬롬(Shalom)이 성취된다는 것이다. 즉, 민족분단이 극복되고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져서 생명의 동산으로 회복된다는 희망과 비전을 가진 것이 민족희년의 선포의 의미이다.

2. 민족분단의 현실 -- 생명의 동산은 파괴되었다.

희년의 시각에서 민족의 분단현실을 조명해야 민족의 통일과 평화의 의미가 분명해진다고 본다.

1) 먼저 희년은 하나님의 年歷, 하나님의 카이로스이다. 그것은 한국 민족사의 年歷이 하나님의 시간아래 심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로 지난 일세기의 민족사의 흐름은 비극적인 것이었다. 이 민족사의 내부에는 조선시대부터 양반과 평민이라는 두계층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금세기에 들어와서는 민중과 자본, 피압박 민족과 식민통치자 사이에 분열이 존재해왔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국내외에 이념적 갈등이 시작되었다. 심지어는 민족독립운동 내부에도 분열이 심각하여 갖가지로 노력을 했지만 통일된 민족독립세력의 형성이 가능하지 않았다. 일제는 이 분열을 교묘히 조장하기도 했지만 종국적으로 민족분열의 뿌리는 이미 우리 민족사의 내부에 존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념적 갈등은 민족 공동체안에 적대관계의 비수를 품게 하고, 골육상쟁인 가인의 아벨 살해의 비극을 심어 생명파괴의 참상을 자아내었다.

2) 그러나 분단의 직접적 원인은 제2차 세계대전 종결의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군사적 분할점령과 그 후에 이루어진 냉전체제의 확립에 있다. 세계제패 제국주의적 권력들이 각기 다른 이념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세계를 이념적인 극치의 대립으로 치닫게 하였는데 이로써 한민족과 한반도가 분단된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희년적 해방에 대립되는 ぢ민족해방っ이었지 진정한 해방일 수 없었다. 하나님의 주권 즉 민족의 해방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통치가 제국들에 의하여 짓밟히고 민족을 위한 자유와 정의,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단의 비운은 민족의 자주적 생존권인 민족주권을 회복하는 것을 가로 막았다.

3) 이러한 정치 이념적 분단은 군사적 결과를 수반하게 되었다. 미, 소, 중, 일의 이념적 군사적 대립은 마침내 600만인의 사상자와 1, 000만인의 이산가족을 내는 민족적 비극의 전쟁으로 나타났다. 반도강산은 초토화되었고 민족의 삶의 터전은 폐허로 변하게 되었다. 북조선과 미국의 휴전협정은 남과 북의 전쟁상태를 지속시켰고 군사대립과 무기경쟁은 민족 내부에 전쟁을 위한 총체적 군사화라는 현실을 이루었다. 동시에 반도에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나면 강대국들을 개입시켜 세계평화를 위협하게 되었으며 미국군의 주둔과 미국군의 핵무기 배치라는 군사적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종교 문화 교육 모두는 각기 대립적인 이념들에 의하여 결정되었고 사회경제적 권리 및 인권까지도 종속되고 말았다. 민족의 생명은 억압되고 유린되었다. 하나님의 희년인 창과 칼을 쳐서 보습과 농기구를 만드는 평화의 해와는 대립되는 것이다.

4) 남, 북간에 이러한 준 전쟁상태는 극단적인 권위주의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이어졌으며, 마침내 인권을 극도로 유린하는 사태를 자아냈다. 자유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는 모두 인권을 옹호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짓밟은 현실이 우리 민족적 현실이었다. 종교적 양심도, 사상의 자유도, 문화적 창조성도 모두 제어를 받은 것이다. 비밀경찰제도는 국가안보라는 미명아래 초법적으로 정치적 탄압과 통제의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으니 민주주의 발전의 근본적 저해 요소가 되었다고 하겠다. 민족분단은 아래로 인간과 민중을 탄압하는 정체체제를 배태하였다. 하나님의 주권은 곧 민의 주권으로 실현된다는 것이 희년인데 민족분단 아래 이루어진 체제들은 民의 주권을 억압하는 독재체제가 되고 만 것이다.

5) 민족분단은 민족문화의 권위주의적 요인을 확대 재생산하여 정치적 권위주의 문화 사회관계의 권위주의화를 심화하였고, 특별히 가부장제적 권위주의 문화는 사회 각계 각층에 더욱 구조화되었다. 민족문화의 민주적 창달이 저해되었던 것이다. 남녀간의 평등 세대간의 평등을 바탕으로 한 민주문화와 삶의 창조가 제어된 것이 사실이다. 하나님의 희년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동등하게 여김을 받으며 여성 또한 하나님의 보호를 받고 고유한 권리를 가진다. 분단으로 말미암아 여성과 젊은이들의 희생은 헤아릴 수 없는데, 희년은 바로 이들을 자유케 하는 것이다.

6) 민족의 분단은 사회의 계급적, 계층적 또 지역적 분열을 심화하였다. 우리는 민족끼리 깊은 이념적 불신과 적대감정 그리고 차별의식을 가지고 사회관게를 대립과 갈등으로 채웠다. 이로 인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지연시켰고, 사회적 화평과 신뢰의 기틀을 산산이 부수어버렸다. 사회의 불균형과 불화는 분단구조에 편입되어 많은 피해자를 속출하여 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하나님의 희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평화에 대립된다.

7)민족의 분단은 민중의 사회경제적 안전을 파괴하였다. 식민착취로 말미암아 민족경제는 완전히 파괴되고, 경제재건의 길이 국토의 분단으로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며, 전쟁으로 말미암아 민족의 경제생활은 극도로 피폐하게 되었다. 동시에 북조선은 민중의 참여를 배제한 통제경제체제를 이루어 인민의 사회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려 하였고, 남한은 소위 경제 현대화 프로그램을 자본주의적으로 성취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나 대외 경제의존 구조와 민중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은 심각한 문제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국가예산의 군사적 사용비용은 엄청나게 높아서 민생을 지극히 압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나님의 희년은 민중의 사회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인데 민족분단은 이를 위협하여 왔다.

8)민족분단은 삼천리 금수강산을 不通의 두동강이로 만들어 버렸고, 전쟁으로 강산이 초토화되었으며, 남북의 경제현대화 프로그램은 생태계를 궁극적으로 파괴하는 길로 치닫고 있는 형편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 땅에 핵탄두나 핵폭탄이 폭발한다면 이 민족의 생명을 위하여 에덴으로 주신 하나님의 동산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민중의 생명은 빈곤, 전쟁, 사회적 불의와 문화적 억압으로 이지러지고 파괴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의 인술을 보유한 기독 보건의료인의 사명은 무엇인가?

3. 희년의 선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희년의 선포는 한마디로 생명동산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희년은 비단 민족사 내부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해된다. 희년에로 연결되는 출애굽의 사건과 안식년, 그리고 평화의 계약과 평화의 메시아 왕국은 하나님의 통치적 주권에 대항하는 제국들의 지배, 즉 에집트의 바로제국, 바벨론 제국, 아시리아 제국, 희랍제국 그리고 로마제국과 그 주변 왕국들의 지배하는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된다. 이스라엘 왕국사는 결국 제국들의 정치형태를 왕국의 정치경제에 도입하여 하나님의 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여 하나님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 한예로 우리는 솔로몬 왕권체계를 들 수 있다. 이스라엘의 남북분단은 솔로몬 왕이 하나님과의 계약을 어기고, 제국들의 절대적이고 정치적인 주권형태를 도입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백성을 억압하는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 자의든 혹은 타의이든 이런 제국들의 지배에 굴복하게 되면 하나님의 백성의 사회경제적 안전이 파괴되고 샬롬이 깨어져 마침내 안식년의 계약법, 희년의 법의 실현이 요청된다.

따라서 희년은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역사적 주권을 철저히 신뢰하고 그 계약을 지키는 행위이다. 희년은 제국적이고 절대적인 내외 정치권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모든 사회경제적 갈등을 극복하여 노예된 자를 해방하고, 빚진자의 빚을 탕감하며, 팔린땅을 본래 경작자에게 되돌리고, 빼앗긴 집을 본래 살던자에게 돌려주어 하나님의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 샬롬을 이루어 하나로 통일된 평화의 계약공동체를 회복하는 해이다.

민족공동체를 계약공동체로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은 민중의 주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민중이 하나님의 통치의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법이란 하나님의 살림살이를 위한 법인데 일차적으로 사회경제적인 법이고 이차적으로 정치적 법이다. 하나님의 주권은 民心天心, 凡夫聖人, 人乃天과 같은 맥락에서 곧 민중주권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주권안에서 민중의 주권이 성립된다. 하나님의 주권밖에서는 지배권력의 횡포만 있을 뿐이다.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신학적 명제는 모든 권세는 민중의 주권에 봉사하는 권위이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1)희년 선포는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백성이며, 하나님은 우리 민족의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희년의 약속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며 우리 민족을 하나님의 은혜의 대상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우리 온 민족과의 관계를 신앙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이 희년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은 이미 모세를 통하여 출애굽의 사건에서 보여주셨고, 노예해방의 계약법(출 21:1 - 23:33)으로 구현되었으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재확인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시 선포되었다. 이 하나님의 희년이 오늘 우리 민족에게 선포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고백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일찍이 ぢ하나님은 우리 민족의 하나님이시요, 우리 민족은 하나님의 백성이라っ는 신앙을 토대로 민족사의 변혁과정에서 독립운동을 비롯하여 인권운동, 사회정의운동,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왔다. 이제 한국기독교는 민족의 총체적인 문제인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역사적 계기를 맞고 있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한국교회는 한국 민족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포하고 동시에 이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백성을 향하여 희년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기독교가 1995년이라는 역사적 기점을 민족사에 있어서 평화와 해방을 위한 희년으로 선포하여 구체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이 이 민족사의 복판에 이루어질 것을 믿고 구현하려는 결의라고 하겠다.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고백되면서 하나님의 희년이 우리 역사속에 선포되는 것이다. 이것이 민족사와 구속사의 접속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민족사에 대한 주권 즉 은혜와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주권을 고백하는 것이다.

2) 희년의 선포는 민족사의 年歷을 하나님의 年歷으로 변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단의 年歷이 종결되고 통일의 새연력이 시작되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민족의 시간(Chronos)이 하나님의 시간 (Kairos)으로 변환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 동안 분단의 시대는 갈등과 전쟁, 죽음과 가족이산 등 비극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평화와 화해, 생명과 화목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기도이다.

오히려 민족분단 50년의 역사를 하나님의 희년에 대립시켜온 죽음의 年歷에 하나님의 희년을 개입시키는 카이로스(Kairos)의 때인 것이다.

여기서 숫자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하다. 안식년과 희년은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해방의 해이며, 출애굽의 사건을 그 기반으로 하여 하나님이 그 백성을 위해 정하신 카이로스이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포로된 자에게 해방이 선포되는 해이다.

안식년에 있어서 마지막 7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7년 모두가 안식년의 핵심으로서 규정되며, 이점은 희년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안식년과 희년은 7년이 될 때까지, 50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첫해부터 미리 축하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카이로스는 인간의 모든 시간이 핵심이요 내용이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희년의 선포는 하나님의 해방의 약속을 믿고 지금부터 경축하는 것이다. 50년째되는 해가 초점이 아니기에 오늘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미리 경축하는 행위가 중요하고, 이것을 실재적 근거로 하여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전개하는 것이 주요한 관건이 된다. 이것은 진정한 종말론적 하나님의 역사인식을 근거한 것으로서 하나님의 약속이 역사적 場에서 경험되고 경축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민족의 희년은 오늘의 암담한 분단의 현실을 타개하는 경축의 행진(The Liturgical Procession of Celebration)이라 하겠다.

3)희년의 선포는 민족의 땅을 하나님의 땅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땅은 외세에 의하여 찬탈당하였고, 분단으로 초토화되어 생명의 동산에서 죽음과 저주의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땅은 하나님의 백성인 이 민족의 생명을 가꾸기 위하여 허용된 삼천리 금수강산 - 하나님의 생명의 동산인 에덴이었으나 분단으로 인하여 죽음의 땅이 되었다. 게다가 이 땅을 힘이 있는자가 소유하고 부유한 자가 점거했으니 이미 민중의 사회경제적 안전과 생명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희년은 하나님의 땅에 대한 주권의 회복이며 동시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사이에 맺어진 계약(covenant)의 실현이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의 생명의 안전과 번성을 위하여 분배한 땅이 불의한 사회관계 속에서 이전되어 있는 상태를 극복하고 땅도 집도 본래의 경작자, 본래의 주인에게로 회복되는 해이다.

희년의 선포는 삼천리 금수강산이 하나님의 땅으로서 민족의 생명을 위한 에덴이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희년의 선포는 팔리거나 저당 잡힌 땅이 본래 관리하던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끊어진 땅이 온전하게 민족에게로 되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희년은 토지개혁을 의미한다. 토지의 소유형태가 국가적 소유이건 공동체적 소유이건 사유이건 토지소유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토지는 하나님의 것으로서 민족의 생명과 공동체의 사회경제적 안전을 위해서 배분되고 가꾸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나 대기업이 토지를 독점하여 민족의 삶을 위협한다면 이것은 극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헌법은 토지의 소유형태와 토지의 개혁안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희년은 또한 하나님의 정치경제 곧 , 민중의 경제적 안전과 권의 회복을 의미한다. 조선의 경제체제에서는 귀족과 양반지배의 경제체제에 대항하여 보국안민의 경세제민을 위하는 민중경제(실학의 개혁사상)가 제창되었으며, 일제시대에는 민족경제 자립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오늘 우리 민족에게는 분단된 민족경제가 수립되어 있다. 북에는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남에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이루어져있다. 장차, 통일된 민족은 민족경제 자립과 민중의 사회경제적 안전, 민족공동체의 생명과 삼천리 금수강산의 庭園化를 목표로 하여야 할 것이다. 민족경제체제는 민중의 모든 경제과정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4) 여기서 땅의 회복은 생명의 기틀을 회복한다는 뜻을 가진다. 이 땅의 회복은 에덴의 정원(창세기 1장 - 2장)과 계시록의 새예루살렘(계시록 22:1 - 2)에서 그 비젼이 나타나 있다. 성서에 기록된 생명의 정원은 생태계의 온전한 회복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희년에는 식민지 찬탈과 전쟁과 공해로 인하여 죽음의 황야가된 삼천리 금수강산이 다시금 생명의 정원으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식민지 침탈에 이어 전쟁으로 말미암아 국토가 초토화되고 경제의 현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남북의 생명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어 있는 상태이다. 남북의 민족통일은 한반도를 금수강산으로 회복하고 생명을 위한 정원으로 가꾸는 것이어야 한다. 환경보전과 공해추방운동은 지금부터 전개해야 할 금수강산 회복의 운동이다.

금수강산의 회복은 경제체제의 전환을 의미하며 생명문화보전과 창출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생명파괴의 요인 즉,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별히 전쟁을 방지해야 하는 것은 現代戰이 핵을 비롯하여 화학 생물학적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일뿐 아니라, 이 고도의 파괴력을 가진 무기들은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자체는 인간의 생명과 삶의 틀을 파괴하는 것이므로 통일 민족의 안보는 한반도의 생명안전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5)희년의 선포는 노예를 해방시키고 종 되었던 몸이 자유롭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을 위한 희년의 선포는 민족내부의 사회경제적 삶 뿐만 아니라 모든 대내, 대외적으로 노예적, 종속적, 착취적 생산 - 노동-사회관계의 청산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노동과 사회관계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으로서의 해방선언이다. 노예와 주인의 관계를 극복하여 노예를 해방시키는 것, 그것이 곧 하나님의 주권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인 것이다.

사회운동에 의한 사회의 민주화가 일어나야 한다. 사회법을 형성하여 민중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민중의 사회적 권리는 노동자, 농민들의 사회 경제적 안전과 생명의 보호는 물론 민중의 민족경제 발전과정에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노약자, 신체 및 정신장애자, 삶의 수단이 결여된 貧民도 경제적 부와 사회경제적 권리의 향유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희년정신에 의한 사회정의는 빈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포괄적 사회정의법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중이 단순 분배와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민족경제에 참여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와 법체계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모든 빚이 탕감되고 하나님의 백성이 해방되어 하나님의 샬롬(Shalom)이 회복되게 한다.

희년은 통전적이고 포괄적인 공동체의 복지를 의미한다. 경제적 종속관계가 해소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민족공동체 성원의 건강과, 의식주, 충분한 교육과 문화적 창조생활이 보장되는 사회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희년의 샬롬(Shalom)이다.

오늘의 국가 경제체제나 대형 기업체들의 독점적 경제지배로부터 노예적 종속관계를 극복하여야 한다. 노사관계의 구조적 불평등, 농민의 토지상실과 부채, 소비자들에게 이루어지는 착취와 횡포는 경제과정 전체에 민중이 직접적으로 참여함에 의하여 극복되어야 한다. 이것은 민중이 시장관리와 통제에 직접 참여하는 길도 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7) 희년의 선포는 하나님의 우주와 역사에 대한 주권을 선포하는 것임과 동시에 우리 민족역사에 대한 주권을 고백하는 것이다. 민족사에 대한 하나님의주권의 내용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우리 민족의 주권과 자주를 의미함과 동시에 민중의 주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민중의 주권확립을 의미한다. 그 어떠한 권력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주권의 내용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된 국가의 정체를 희년정신에 기초하여 생각해야 한다. 민족의 정치사는 끊임없이 민중의 주권을 향해서 전진하여 왔다. 凡夫聖人의 불교정신도, 民心天心의 유교정신도, 人乃天의 동학정신도, 主勸在民의 근대시민사상도, 민중주권의 현대 인민사상도 모두 민의 주권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체제의 발전사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반도에 이루어진 양체제는 민족성원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참여를 제약하고 있다.

장차, 우리의 정체는 민족성원의 총체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민족성원 전체 특히, 민중의 참여가 보장되는 正體를 형성하는 것이라야 희년정신을 기초로 하는 정치적 살림살이의 비젼이라고 할 수 있다. 상징적 대표제, 대의적 대표제를 넘어서서 실질적 참여없이 민주주의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통일된 민족사회의 정치적 살림살이는 참여가 그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희년의 선포는 하나님의 백성의 온전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가 분열과 갈등, 결함과 상처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케되는 ぢ해방의 해っ이다. 희년은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가 통일된 온전성(Intergrated Whole)을 회복하는 해이다. 이 맥락에서 우리는 에스겔서 37:15 - 28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의 남북통일은 평화의 계약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읽을 수 있다. ぢ나는 그들과 평화의 계약을 맺을 것이다. 그들과 맺은 이 계약은 영원히 깨지지 아니하리라(겔 37:26)っ라는 하나님의 계약이야말로 남북통일을 위한 평화계약이라 할 수 있다.

희년의 이상은 민족공동체의 공동안전 보장을 의미한다. 남북한 분단의 안전보장은 우리의 안전보장일 수 없다. 우리는 민족 내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극복해야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민족공동체 안에서 그 성원을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적대화하는 적대관계는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민족은 하나님의 생명공동체이기에 사회적 강자가 사회적 약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이와 반대로 사회계급과 계층관계를 무차별 적대적으로 이해하는 갈등관계를 극복해야만 민중의 진정한 사회적 안전보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희년정신을 기초로 한 평화의 계약은 단순히 전쟁이나 폭력적 갈등의 결여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화의 계약은 민족공동체 내부에 정의가 이루어지고 공동체적 유대가 형성되며, 모든 갈등이 화해로 극복되어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온전한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야 하며, 이는 민족공동체가 모든 적대관계에서 해방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9)희년의 계약은 하나님의 백성의 문화생활의 핵심이었다. 이 희년은 우선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공동체의 축제였으며, 공동체의 전 삶이 문화적으로 참조되었다. 이 약속은 민족들에 대한 축복을 포함하기 때문에 모든 민족들은 그들의 문화가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게 된다.

이 말은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문화적으로도 축복하셨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성의 보전과 민족문화 창달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우리는 민족문화의 발전과정에서 그 모순과 갈등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것은 가부장제적인 문화적 유산이다. 이 문제는 여성의 참여를 주축으로 하여 극복해야 할 구조적 문제이다. 민족 분단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은 제 일차적인 희생자들이다. 이는 분단구조에 가부장제가 구조적으로 개입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민족분단은 문화적 통합성과 동질성을 해치고 이념적 가치의 절대화로 인하여 민족문화의 보편적 가치가 왜곡, 파괴되고 있으며 민족문화의 창달은 제약과 파행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희년은 민족통일과 평화의 축제로서 민족문화 정체를 회복하고 민족문화변혁의 원동력을 회복하여 민족문화 창출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10)희년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의 계약은 하나님의 백성의 통일뿐 아니라 당시 평화의 적인 제국들의 지배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평화의 계약은 제국들의 억압속에서 신음하는 뭇 민족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며, 이 평화의 비젼은(이사야 11: 1- 9)과 같은 메시아 왕국의 샬롬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희년의 정신은 민족 사회내부의 차원에서만 이해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국제적, 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희년은 세계 모든 민족들 특히, 강대국에 의하여 억압되고 침탈당하여 고난당하는 민족들과의 연대적 유대를 이루어야 한다. 그들은 희년을 세계적인 것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는 정치 군사적으로 미, 일, 중, 소 4대 강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동시에 한반도의 경제통합은 세계 남북경제 관계의 대립과 갈등의 중간에 놓여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가 세계군사 강대국들이 평화를 위하여 공존하고 참여하는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 민족통일과 평화는 세계 평화를 위한 민족적 참여이어야 한다. 나아가서 민족의 통일과정은 세계경제 질서의 맥락에서 자립적인 민족경제를 형성하고 동시에 세계 경제정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어야 한다.

4. 희년과 해방에로의 행진 --기독보건인의 역할

1) 네개의 기둥을 세운다

(1) 생명을 보전한다. 생태계의 생명환경을 보전하여 한반도를 생명의 동산,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이룬다. 이것은 빈곤, 사회경제적 폭력, 갈등구조 억압의 폭력, 전쟁과 구조적 폭력에 의한 파괴를 극복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생명의 둥지를 형성하는 일이다. 모든 산업화 과정과 전쟁에서 야기되는 생태계의 파괴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생명질서를 회복한다. (2) 정의를 이룬다. 경제적 정의를 이루어 민중의 사회경제적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의료보장제도와 사회보장 제도를 시행하여 민중의 생명 안전망을 구축한다. 남녀의 문화적 차별, 노소의 세대차별, 고하의 신분차별에 의한 폭력을 극복하고 정의와 평등을 이룬다.

(3) 평화를 수립한다. 핵을 비롯한 모든 전쟁을 극복하고 민중의 공동안전보장체제를 구축하여 생명을 보전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항구적인 평화의 동산을 이루어간다.

(4) 자유와 인권을 지킨다. 인격적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은 천부의 것으로서 보편타당한 최상의 가치이다. 자유와 인간의 존엄없이 인간 생명은 무의미하다.

2) 참여운동에 나서자

이러한 기본적 가치를 위해서는 민중이 그들 생명의 주체로서 모든 생명파괴의 세력을 극복하도록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기독보건 의료인은 민중이 그들의 생명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생명 주체회복 운동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희년운동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우선 농민 노동자 빈민의 빈곤으로 인한 생명파괴 현실에 민중과 함께 대응하자, 농민은 가난한 생활조건 속에서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심지어 생명을 빼앗기고 있다. 비료와 농약으로 인한 농업공해로 인하여 그들의 생명은 이지러지고 있다. 노동자는 산재의 희생물이 되었으며 각종 산업공해의 희생자가 되었다. 도시빈민은 열악한 생활조건과 도시공해의 일차적 희생자들이 되어있다. 기독의료인은 기본적으로 기층 민중의 생명주권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기독보건 의료인은 각종 질병의 치유에 종사할 뿐 아니라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의료보장망(Network of Medical Care)과 사회안전망 (Network of Social Security)구축하는데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또, 생명의 청지기로서 기독 보건의료인은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인명손실을 막아야 하며 핵무기, 핵방사능물질, 화생방무기의 전면금지를 위하여 나서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기독의료인은 스스로 생명계의 파수꾼으로서 자연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며 공해 추방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3) 생명운동으로 연대하자.

빈곤을 추방하고 정의를 이루어 가는 민중, 시민운동과 연대하고, 평화통일운동과도 연대하며, 인권과 자유를 위한 운동 및 차별과 억압적 문화를 극복하려는 여성운동과 연대한다. 공해 추방운동 생활주권을 위한 시민운동과도 연대하자. 생명운동은 총체적 연대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기독 보건의료인은 참여와 연대를 통하여 민족의 희년을 이루는 생명운동, 생명의 동산인 삼천리 강산을 이루는 운동에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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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