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학연구원 대구 청소년 종합상담실

 

 

생명학 자료실

문서 자료실

 

 

 

 

 

 

2005/10/4(화)
생태철학과 한몸철학의 공조  
김 세 정
성균관대학교 유학과

1. 들어가는 말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인류는 지난 수세기 동안의 산업화 과정과 과학기술 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유사이래 최대의 물질적 풍요로움을 맛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로움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인간은 자신의 생명의 토대이자 삶의 동반자인 자연생태계의 급속한 파괴를 야기하였다. 이는 곧 자연계만이 아닌 인류의 파멸을 동시에 수반한다고 하는 측면에서 인간에게 유사 이래의 최대의 위기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인류에게 자연생태계 파괴의 근원적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도록 하는 계기를 부여하였다.
서구의 신학 전통에 뿌리하여 인간만이 도덕적 존중을 받을 만한 도덕적 권리나 내재적 가치를 지닐 뿐 인간 이외의 자연적 존재는 인간의 이해관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적 가치만을 지닌다고 보는 ‘인간중심주의’와 ‘도구적 자연관’은 인간에 의한 자연의 무제한 개발과 도구화, 즉 자연의 정복에 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인간은 이에 근거하여 자신의 맹목적 욕망에 따라 과학 기술을 운용하여 자연을 무자비하게 약탈함으로써 오늘날의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지구의 병과 죽음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비판된다. 박이문. 문명의 위기와 문화의 전환. 서울: 민음사, 1996 : 76-80 참조
한면희. 環境倫理와 自然의 價値. 성대박사학위논문. 미간행, 1996 : 30-64 참조

이러한 비판에 근거하여 오늘날의 전지구적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예컨대, 모든 현상들의 근본적인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며, 개인과 사회로 구성되는 우리들이 모두 자연의 순환적 과정들 속에 깊숙이 묻혀 있으며 궁극적으로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는 ‘생태적 세계관’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김용정·김동광 옮김. 생명의 그물. 서울 : 범양사출판사, 1998 : 19-30 참조
또는 일원론적 형이상학과 자연중심적 가치관으로 서술할 수 있는 ‘동양적·생태학적 세계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 박이문. 문명의 미래와 생태학적 세계관. 서울 : 당대, 1997 : 9
등이 개진되고 있다.
생태 위기를 치유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동양의 전통사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머레이 북친과 같은 사회생태론자들은 선불교와 도교와 같은 동양의 전통사상은 반과학적이며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오늘날의 생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머레이 북친 지음, 문순홍 옮김. 사회 생태론의 철학. 서울 : 솔, 1997 : 136-159 참조
김명식. 環境倫理에 관한 硏究. 고대박사학위논문. 미간행, 1996, 150-158 참조.
반면 서양사상의 특징이 ‘자연대립적’이라면 동양사상의 특징은 ‘자연친화적’이라고 평가하는 박이문은 동양적 세계관에서 생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서양문명의 정신적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원론적 형이상학, 인간중심주의, 자연대립적 태도, 이성중심적 분석적 사유는 동양문명의 토양인 일원론적 형이상학, 자연중심주의, 자연친화적 태도, 감성중심적 미학적 사유와 분명히 양립할 수 없다고 전제한다. 이에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서 한편으로는 서양적 세계관을 버리고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궁극적 가치를 선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의 과학 지식과 기술을 동양적 세계관에 거시적이고 원시안적인 안목에 비추어 최대한 그리고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적절히 선택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때만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걸 수도 있다고 본다. 박이문. 문명의 미래와 생태학적 세계관. 서울 : 당대, 1997 : 196-206 참조

물론 동양의 전통사상들은 오늘날과 같은 생태 위기에 직면하여 제시된 사상들이 아니다.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는 생태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실천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서구의 인간이성절대주의와 과학기술만능주의에 근거한다고 할 때,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서구의 이성주의적·과학기술적 접근만으로는 또 다른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생태 위기는 국지적·단편적인 문제가 아닌 전지구적·복합적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 진영 또는 어느 한 분야의 사상에 대한 절대적 부정 또는 절대적 긍정보다는 서구와 동양의 다양한 사상 그리고 인문·자연·사회 과학 간의 상호 보완과 공조를 통해서만이 전지구적 생태 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는 전지구적 생태 위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 서구사상과 동양의 전통사상의 공조 가능성과 보완의 필요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다만 본 논문에서는 서구사상 가운데 아느 네스(Arne Naess)의 ‘Ecosophy T’와 토마스 베리(Thomas Berry)의 ‘생명 공동체’(life community) 이론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생태철학’과 동양사상 가운데 천지만물과 인간은 본래 한 몸이며 인간은 천지만물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왕양명(王陽明: 1472~1528, 名은 守仁, 字는 伯安, 통상 陽明先生이라 불림)의 ‘한몸철학’을 중심으로 동서의 공조·보완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서구의 생태철학  

1960·70년대 서구에서의 반전운동, 시민권리운동, 여성운동, 동물권리운동, 및 환경운동을 포함한 반문화 혁명은 철학 분야에 환경철학의 정립 계기를 가져옴으로써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생태 위기의 밑바탕에는 인간만이 고유한 가치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보는 ‘인간중심주의’가 깔려 있다는 공통된 비판과 함께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주의로부터 ‘동물평등주의’, ‘생명중심주의’ 또는 ‘생태중심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다양한 주장들이 개진된다. See Michael E. Zimmerman 2 eds. Environmental Philosophy-From Animal Right to Radical Ecology-. New Jersey : Prentice Hall, 1998 : 1-2, 7-16, 165-182

먼저 평등의 근본 원리를 인간만이 아닌 고통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을 지닌 동물에게까지 확대해야하며 동물에게도 고유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동물평등주의’ Ibid. 26-39 & 41-54
는 생태계의 무생명 부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들조차 동물 해방 또는 권리에의 고려에서 제외시키는 한계점을 지니는 것으로 비판된다. Ibid. 12
반면 살아있는 존재가 도덕적 고려의 표준이 되어야 하며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실체들로 고려되는 개체 유기체들의 이익이 지구의 야생 공동체들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관계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생명중심주의’ Ibid. 56-69 & 71-86
는 도덕적 고려의 대상과 고유한 가치의 영역을 동물에서 살아있는 존재 전반으로 확대시킨 진일보한 면은 있으나, 이 또한 개체생명체들에게 중심을 두는 반면 전일적인 실체로서의 생명 공동체, 생태계, 야생 및 전체로서의 혹성 생명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한계성을 지닌 것으로 지적된다. Ibid. 12

동물평등주의와 생명중심주의 같은 개체중심적 접근과 달리 ‘생태중심주의’는 인간의 지배적인 역할과 충격을 포함하여 생태계 안에서의 상호 의존하는 관계들의 복잡한 그물망 안에서 자연 생태계 위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생태 위기 문제를 전일적·유기체적 지구 생태계 차원에서 철학적·윤리적으로 접근하는 ‘생태철학’으로 정립된다. See Mary Evelyn Tucker & John A. Grim eds. Worldview and Ecology: Religion, Philosophy and the Environment. New York : ORBIS BOOK, 1999 : 163-171 & 207-223
본 장에서는 포괄적인 생태철학 가운데 아느 네스의 ‘Ecosophy T’와 토마스 베리의 ‘생명 공동체’이론을 중심으로 생태 위기에 대한 서구의 생태철학의 대응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아느 네스의 Ecosophy T

노르웨이 철학자 네스는 73년 생태운동을 표피생태운동(shallow ecology movement)과 심층생태운동(deep ecology movement)으로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먼저 선진국 사람들의 건강과 풍요만을 주된 목적으로 오로지 오염과 자원 고갈에 맞서 싸우는 환경보호 운동을 ‘표피생태운동’이라 규정한다. Arne Naess. The Shallow and Deep, Long-Range Ecology Movement: A Summury. Inquiry 16, 1973 : 95
표피생태운동은 인간을 환경과 분리해서 고찰하고 인간을 모든 가치의 원천으로 삼고 인간 이외의 세계에는 도구적 가치만 귀속시키며, 그들은 자연환경 그 자체를 위해서 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유용한 가치 때문에 보존한다고 하는 측면에서 인간중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한면희. 앞의 논문. 115 참조
반면 심층생태운동은 환경 안에 있는 인간이란 관점은 거절하고 관계적인 전체적 場(relational, total-field)이란 관점을 선호하며,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를 실현할, 즉 생존하고, 번성하고, 자기 나름의 형태에 도달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생명평등주의(biospherical egalitarianism)를 취하며, 다양성과 공생의 원리를 추구는 것으로 규정된다. Arne Naess. Ibid. 95-96
인간중심주의적 환경 대신에 생태계 구성원들의 관계성과 생명의 평등 권리를 토대로 한 다양성과 공생이 중시된다.
이후 네스는 죠지 세션즈(George Sessions)와 더불어 1984년 심층생태론의 15년의 다양한 흐름을 8개 항의 원리를 담은 강령으로 압축한다.

1) 지구상의 인간과 인간 이외의 생명의 복지와 번영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갖는다. 이 가치들은 인간 이외의 생명의 세계가 인간의 목적을 위해 얼마나 유용한가 하는 문제와는 독립해 있다. 2) 생명 형태들의 풍부함과 다양성은 이러한 가치의 실현에 공헌하며 또한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닌다. 3) 인간들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풍부함과 다양성을 감소시킬 권리가 없다. 4) 인간의 생명과 문화의 번영은 실질적으로 보다 작은 인간 개체군과 양립할 수 있다. 인간 이외의 생명의 번영은 보다 작은 인간 개체군을 요구한다. 5) 현재의 인간 이외의 생명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지나치고, 그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6) 따라서 정책들은 변해야만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근본적인 경제적, 기술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구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상황들의 결과적인 상태는 현재와는 매우 다르게 될 것이다. 7)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더욱 더 높은 생존의 표준을 지지하기보다는 주로 더욱 더 높은 생명의 질에 대한 평가의 표준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곳에는 큰 것과 위대한 것 사의의 차이에 대한 심오한 자각이 있을 것이다. 8) 이상의 논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필수적인 변화들을 실행하기 위해 시도할 의무를 지닌다. Arne Naess. The Deep Ecological Movement: Some Philosophical Aspects. Michael E. Zimmerman 2 eds. Environmental Philosophy. New Jersey : Prentice Hall, 1998 : 196-197 (이하 DEM으로 표기)


73년 논문에서 언급한 생명평등주의 대신에 1)에서는 인간은 물론 자연계 구성원들의 생명 그 자체가 모두 내재적 가치를 지니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2)에서는 생명이 다양하고 풍요로울수록 잠재능력이 증가한다는 생태학에 근거하여 생명의 다양성과 풍요로움 또한 그 자체로서 내재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심층생태론의 8가지 강령은 네스의 ‘Ecosophy T’로부터 도출된다. 네스는 ‘대자아 실현’(Self-realization)을 궁극적 규범으로 간주하고 이로부터 다른 원리가 도출되는 생태철학의 한 입장으로 ‘Ecosophy T’를 제시한다. 생태학과 철학에 공통된 문제들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를 생태철학(ecophilosophy)이라고 보는 네스는 철학이란 사람들이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진정으로 옳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한, 스스로의 결정에 이르는 개인적 가치 규약이나 세계관이라고 하는 의미를 생태학과 결부시킨 철학을 ‘Ecosophy’라 하고 자신의 고유의 것을 특별히 ‘Ecosophy T’라 이름 붙인다. Arne Naess, Translated by David Rothenberg. Ecology, Community, Lifestyle.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9 : 36-37 (이하 ECL로 표기)

네스는 서구 산업화 국가들의 지배적인 개인주의적이며 공리주의적인 정치사상에서 자아 실현은 “한 사람의 빵이 또 다른 사람의 죽음”을 의미하는 자아 실현(ego-realization)이며, 이는 ‘소자아-실현’(self-realization)으로서 소자아-실현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개인들의 이익의 궁극적이고 광범위한 상반성이 강조된다고 전제한다. Ibid. 84-85. (네스는 ‘self’의 s를 소문자 ‘s’와 대문자 ‘S’로 나누어 ‘self’와 ‘Self’로 구분하고 ‘self-realization’과 ‘Self-realization’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네스의 의미를 반영하여 ‘self-realization’을 개체에 국한된 ‘소자아-실현’으로 ‘Self-realization’을 자연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대자아-실현’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네스는 자아의 이기적 측면은 고정불변의 사실이 아니라 사회화와 인격의 성장을 통해 자아는 확대되어 가족과 친한 친구를 포함하게 되며, 사회의 성숙정도, 개인의 인격의 성숙 정도에 의존하는 자아의 확장은 동료 인간을 넘어서 동물, 더 나아가 자연 일반으로 진행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Ibid. 172
이러한 개인과 공동체의 소자아-실현들을 포함하며 또한 총체로서의 실체를 함축하는 것이 곧 ‘대자아-실현’(Self-realization)으로 고려될 수 있고, 대자아-실현은 그 자체가 과정이며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 Ibid. 84-85
따라서 인간은 선천적 본질은 이기적 자아로서의 소자아라면 자연계로 확대된 대자아는 후천적 확장을 통한 결과물이다.
네스는 생태학적 그리고 심리학적인 연구는 우리의 전개되는 자아(self)가 측량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의 다양성 및 풍부함과 연결된다는 저항할 수 없는 증거를 공급하고 또한 현대 생태학은 모든 것들에게 이로운 상호의존성 즉 고도의 공생(symbiosis)을 성숙된 생태계들에 있어 공통된 특징으로 강조한다고 하여 생태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고 있다. Ibid. 164 & 168
이러한 생태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네스는 Ecosophy T의 유일한 궁극적인 규범 ‘대자아-실현’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보다 구체화시키고 있다.
첫째, “(원대한, 우주적인) 대자아-실현을 극대화하자!” 이 규범은 지구 위의 모든 생명 형태들 그리고 자연적 과정들과 관련하여 “살자 그리고 살게 하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개체적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보았을 때, 최대한의 ‘대자아-실현’은 모든 생명의 전개를 최대화하는 것을 함축하며, 이는 곧 ‘우주적 공생’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둘째, “(원대한 우주적인) 다양성(diversity)을 극대화하자!” 누군가에 의해 획득된 대자아-실현의 수준들이 높아질수록 다른 것들의 대자아-실현에 대한 의존은 더욱 더 증가한다는 것은 필연적 결과이다. 자아-정체성의 증가는 다른 것들과의 동일함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 ‘애타주의’는 이러한 동일화의 자연적 결과이다. 우리는 다른 존재들 안에서 점진적으로 우리 자신들을 보며 다른 것들은 우리 안에서 그들 자신을 본다. 이런 식으로 소자아는 다른 것들 안에서 자신의 잠재력들의 실현의 자연적 과정으로 확대되고 심화된다. 셋째, “(원대한 우주적인) 공생(symbiosis)을 극대화하자!” 위의 내용들을 보편화함으로써 우리는 “모든 존재를 위한 대자아-실현!”이라는 규범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다양성을 최대화하자!”라는 규범과 최대한의 다양성은 최대한의 공생을 함축한다는 전제로부터 우리는 “공생을 최대화하자!”는 규범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이로써 8가지 심층생태학 강령을 공정하게 간단한 방법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Arne Naess. DEM : 208 & ECL : 196-210

이러한 대자아-실현은 한마디로 이기적 개체로서의 인간이 자연생태계의 생명 존재들과의 다양한 상호의존적 동일화 과정을 통해 개체에 국한된 이기적 자아를 이들을 포괄하는 대자아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으로서, 이 과정 자체가 바로 자연생태계의 다양성은 물론 이들과의 공생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소속감을 생태권에의 소속과 같은 더욱 확장된 인식으로의 개발은 궁극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Arne Naess. ECL : 168
또는 “대자아-실현 공식화의 선택은 인간에게 있어서의 성숙이 의무적인 애타주의의 정도에 의해 측정된다기보다는 이기주의로부터 증가하는 대자아의 실현 즉 소자아를 넓히고 심화시키는 것의 규모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 있다는 믿음에 의해 부분적으로 동기 부여된다” Arne Naess. DEM : 209-210
는 네스의 주장에 근거할 때, 다양성과 공생의 극대화 과정으로서의 대자아-실현의 극대화 과정은 선천적·본래적 대자아에 대한 자각과 회복 과정이 아니라 본래적인 이기적 소자아를 후천적 인식의 확장과 전환을 통해 새로운 대자아로 확대·개발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또한 우리는 대자아와 접촉하고 있는 소자아를 넓히고 심화시키기 위해 ego를 무시하거나 억압할 필요가 없다” Arne Naess. ECL : 86
라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생태권을 포괄하는 대자아의 개발이 개체적 ego의 제거 또는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점이 이후에 밝혀 볼 왕양명의 한몸철학과 서로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토마스 베리의 생명공동체  

생물 지역주의의 대표적 인물인 토마스 베리는 먼저 인간과 지구 공동체의 본래적 통합성은 인간 문화를 건설하고자 인간들이 여타 생명체들을 착취·파괴하는 과정에서 상실되고 결국 인간의 복지에 대한 이상은 인간의 자연세계로부터의 소외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고 비판한다. Thomas Berry. The Viable Human. Michael E. Zimmerman 2 eds. Environmental Philosophy. New Jersey : Prentice Hall, 1998 : 183-184 (이하 VH로 표기)
이러한 자연파괴로 인한 생태 위기는 보다 구체적으로 인간 복지를 꿈꾸는 산업화 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었다고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깊은 문화적 병리는 서구 사회에서 발육하여 지금 혹성(지구)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총체적 지구에 대한 잔혹한 약탈은 산업상의 착취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전 시대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수천의 유독 물질들이 대기, 해양, 그리고 토양을 흠뻑 적시고 있다. 거대한 수의 살아있는 종들의 거주지는 되돌릴 수 없게 침해당하고 있다.……이러한 약탈은 주로 근대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자연 자원들뿐만 아니라 인간의 직무까지 통제해 온 지난 100년 동안 전체적인 혹성의 과정을 지배해온 거대한 산업화 제도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만일 인간 종들의 생존 가능성이 문제가 된다면, 이것은 그것이 경제학, 정치학, 법, 교육, 의료 또는 도덕적 가치들이든 아니든 우리의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화 발전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획득해 온 대규모의 모험적 사업들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Ibid. 184-185


지난 20세기에 진행된 산업화 과정은 지구 생태계의 총체적 파괴의 과정으로서,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가들에 의해 창조된 인간 종들의 생존 불가능한 환경은 실재와 가치에 대한 ‘인간-중심적 규범의 귀결’이라고 진단한다. Ibid. 184 & 186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베리는 인간 종들의 생존 가능성의 질문은 직접적으로 지구의 생존 가능성의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고 전제하면서, 우주, 지구 및 인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자연과학의 새로운 이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인간은 우주가 의식적 반영의 특별한 양식 안에서 스스로 전개되어 온 존재로서 그 자체에 대한 다소 지적인 반영의 형태가 시초부터 우주 안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은 지금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Thomas Berry. The DREAM of the EARTH. San Francisco : Sierra Club Books, 1988 : 16 (이하 DE로 표기)
또한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지구에 대한 우리의 발견이 자연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새로운 감수성에 있어 가장 훌륭한 순간 가운데 하나라고 전제하면서, 과학적 관찰은 처음에는 혹성과 살아있는 종류들의 물리적인 측면들을 밝혔으나, 혹성의 내적인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의 경향은 마침내 우리를 미시단계의 지각을 넘어 물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인간적인 특성 안에서 소개되어야 하는 ‘총체적 혹성은 하나의 유기적인 실체’라고 하는 보다 큰 거시단계의 자각으로 이끌어 주었다고 평가한다. Ibid. 18

이러한 과학적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토대로 지난 천년 동안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지배해 온 혹성(지구)은 지금 자신의 미래를 인간의 결정을 통해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Thomas Berry. VH : 185
베리는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살아있는 실체로서의 지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은 우리가 지구에 부과한 절박한 파괴로부터 지구를 구제하기 위한 조건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인류를 생명 종들의 공동체 안의 종들로 재창안해야만 한다. 실재와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생명중심적 평가의 규범으로 의식적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Thomas Berry. DE : 21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은 ‘생명 공동체’(life community) 즉 모든 살아있는 종들의 공동체가 보다 큰 실재이며 보다 큰 가치라는 사실과 인간의 주요한 관심은 이러한 보다 큰 공동체의 보존과 강화여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자신의 특유한 실재와 자신의 특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이러한 특유함은 보다 포괄적인 배경으로 연결되어야만 하며 인간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공동체의 배경 안에서 자기 자신의 보다 큰 차원들을 발견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Thomas Berry. VH : 184-185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에 있어 지구와 인간의 관계는 실용적인 사용, 학문적 이해 또는 심미적 이해 그 이상의 ‘지구와 총체적 자연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인간의 친밀성(intimacy)’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Thomas Berry. DE : 13
지구 역사의 시초에 보여주었던 인간과 자연의 친밀성은 산업사회의 착취로 인해 배신당하고 지배적인 경험을 남겨 주었으며, 자연과의 친밀성을 상실한 인간의 자폐성은 인간의 ‘기계론’과 ‘정치적 민족주의, 그리고 경제적 산업주의로 인해 더욱 깊어져 가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총체적 자연 세계에 대한 친밀성이라는 주장이다. Ibid. 17

베리는 친밀성의 근거를 다양한 고대의 전통사상과 현대과학에서 찾고 있다. 먼저 인간은 모든 존재물들과 한 몸을 이룬다고 하는 중국적 인식은 우리의 소원해진 상황을 치유할 수 있다는 약속으로서 오늘날 우리를 매혹하기 시작한다고 하고, Ibid. 14-17
또한 ‘love’, ‘benevolence’ 또는 ‘affection’ 등으로 번역되는 ‘仁’은 감정적-도덕적인 용어 일뿐만 아니라 또한 우주적인 힘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사상 속에서 우리는 우주와 지구 그 자체의 구조 안에서 지배적인 친밀성과 동정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Ibid. 20

그러나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지구에 대한 우리의 발견은 고대의 자연과 지구의 기능에 대한 직관적인 통찰로서도 명백했지만 신비한 용어들로 표현된 이러한 통찰은 과학적 탐구의 시대에는 더 이상 충분하지가 못하다고 비판한다. Ibid. 18
오히려 자연과학을 통해 인간은 물질의 가장 작은 조각으로부터 은하계의 거대한 공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명확성을 획득하였는 바 우리는 우주의 모든 부분들 그리고 전체의 거대한 설계와 더욱 친밀하고 그것의 공간의 확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그것의 출현하는 과정 안에서 우리는 우리 주변의 세계와 친밀하며 우리는 우리 자신 존재 안에서 총체적인 우주 질서와 동일함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전제하면서, Ibid. 16
인간 존재를 총체적인 우주 과정 속에서 파악하려는 자연과학적 노력은 우리에게 지구에 대한 새로운 친밀성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구에 대해 친밀하고 동정 어린 인간의 존재를 현대 과학이 드러내고 있다고 하여, Ibid. 18-20
친밀성의 토대를 사실상 고대의 전통사상보다는 현대의 자연과학에 두고 있다.
이러한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토대로 베리는 법, 경제, 언어,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교육적 측면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인간들을 산업 사회의 배경 안에서 ‘생산적’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완전한 지구 공동체는 우주의 배경 안에서 스스로-교육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며, 인간 수준에 있어 교육은 우리 주변의 우주에 의해 만들어진 심오한 공동체들에 대한 인간의 의식적인 감각적 작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Thomas Berry, VH : 187-189
또한 “우리는 이용 가능한 유일한 효과적 프로그램은 생존 가능한 존재의 인간 양식으로 향하는 우리의 주요한 안내로서의 지구 그 자체에 의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Ibid. 192
라고 하여,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의 정립함에 있어 그 토대는 인간이 아닌 자연이어야 한다고 본다.
이상에서 살펴 본 베리의 생명공동체 이론은 산업화 과정 속에서 발생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와 인간 소외 문제는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전환과 아울러 생명공동체 내의 다른 존재들과에 대한 친밀성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으며, 그 토대를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물들과 자연 세계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왕양명의 한몸철학

앞장에서는 생태 위기 해결을 위한 서구의 대안 모색 과정을 네스와 베리의 생태철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본 장에서는 동양의 전통사상 가운데 하나인 양명학을 한몸철학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체계화하면서 오늘날의 생태 위기 문제 해결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자연과 인간의 한몸 체계

필자는 양명학이 근본적으로 서구의 인간중심주의, 동물평등주의, 생명중심주의보다는 생태중심주의에 보다 부합되며, 또한 개체생명 중심적 관점과는 이질적인 반면 존재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체계 즉 분리될 수 없는 전체로서의 생명이자 자족적 단위로 보는 온생명적 관점에 부합된다고 하는 사실을 선행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김세정. 王陽明 親民說에 대한 생태론적 접근. 東洋哲學 1999 ; 11 : 11-23 & 김세정. 온생명과 왕양명의 한몸철학. 哲學硏究 2001.2 ; 77 : 39-57
그러나 양명학이 생태중심주의와 상당한 유사성을 지닌다 하더라도, 앞에서 살펴본 네스와 베리의 입장과는 서로 다른 측면들을 또한 내포하고 있다.
네스와 베리가 비록 개체단위가 아닌 지구의 총체적 생태계 차원에서 자연생태계를 포괄하는 ‘대자아-실현’과 ‘생명공동체’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이는 인간과 자연계가 하나의 생명체라는 의미보다는 인간공동체의 확장 즉 인간과 자연계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동일한 가치와 권리를 지닌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공존·공생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왕양명은 “천지만물(天地萬物)과 사람은 본래 한 몸이니, 그 발동하는 감각 기관 가운데 가장 정묘한 곳은 바로 인간 마음의 한 점 영명(靈明)함이다. 바람과 비, 이슬과 우레, 해와 달, 별과 성좌, 새와 짐승, 풀과 나무, 산과 냇물, 흙과 돌은 모두 사람과 본래 한몸일 뿐이다” 󰡔傳習錄󰡕(下), 「黃省曾錄」, 274조목
라고 하여, 동·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무생물을 포함하는 총체적 우주자연은 본원적으로 인간과 더불어 ‘한몸’이라고 주장하고, 인간을 ‘천지만물의 마음’으로 규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王陽明全集󰡕 권6, 文錄3, 「答李明德」 : 人者, 天地萬物之心也; 心者, 天地萬物之主也.
따라서 양명학에 있어 인간과 자연계를 포괄하는 지구 더 나아가 총체적 우주는 단지 가치와 권리에 근거한 하나의 공동체가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 할 수 있으며, 인간은 단지 우주의 평등한 구성원이 아니라 총체적 우주자연의 핵심적 중추의 위상을 지닌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양명학을 생태철학과 구분 짓기 위해 먼저 ‘한몸철학’이라 이름하고자 한다.
먼저 양명학에 제시되고 있는 인간과 자연계의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망으로 이루어진 ‘한몸’의 특성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우주자연의 ‘역동적 자기-조직성’이다. 왕양명은 천지의 운행은 한 순간도 멈춤이 없는 영속성을 지닌 것으로서 보고, 󰡔王陽明全集󰡕 권7, 「惜陰說」 : 天道之運, 無一息之或停. 󰡔傳習錄󰡕(上), 「薛侃錄」, 104조목 : 天地氣機, 元無一息之停. 󰡔傳習錄󰡕(下), 「陳九川錄」, 202조목 : 此是天機不息處, 所謂維天之命, 於穆不已, 一息便是死.
이러한 천지의 운행 과정을 만물이 창생·양육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王陽明全集󰡕 권6, 「答友人問」 : 知天地之化育. 권7, 「自得齋說」 : 天地以位, 萬物以育, 於左右逢原乎何有.
즉 우주자연은 무생명체와 같이 엄격한 기계적 물리법칙에 따라 순환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역동성을 바탕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창생·양육해 가는 ‘자기-조직성’을 지닌다. 이는 우주자연이 단지 무생명의 물리적 실체 또는 개별체들의 산술적·물리적 집합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라고 하는 사실을 의미한다.
둘째, 기(氣)의 ‘심리-물리적 속성’이다. 양명학에 있어 인간을 포함한 우주자연의 모든 존재물은 질료적 토대인 기(氣)의 정밀함에 따라 ‘항성과 물리적 자연현상→식물→동물→인간→인간 마음’이라는 다층적 단계를 지닌 것으로 규정된다.

기가 약간 정미하면 해·달·별·바람·비·산·강이 되고, 이보다 약간 더 정미하면 우레·번개·도깨비·풀·나무·꽃이 되고, 한층 더 정미하면 새·짐승·물고기·자라·곤충의 무리가 된다. 지극히 정미하면 사람이 되고, 지극히 영묘하고 지극히 밝은 것은 마음이 된다. 󰡔明儒學案(上)󰡕 冊5, 권25, 南中王門學案一, 「語錄」


기 그 자체는 우주자연의 모든 존재물들의 동일한 질료적 토대임과 동시에 그 정밀함에 따라 물리적 현상, 식물의 생명 의지, 동물의 지각, 인간 그리고 최고로 정밀한 단계에 이르러서는 인간 마음의 영명(靈明)한 속성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층차의 근거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는 질료적 측면만이 아닌 영명한 마음으로 표현되는 심리적 속성의 토대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의 영명한 속성으로서의 마음을 소유한 인간은 단지 우주자연의 여타 존재물들과 분리·독립된 한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자연의 마음’이라는 중추적 위치를 점한다. 기를 단지 질료적 속성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우주자연의 ‘심리-물리적 속성’으로 확대함은 물론 인간을 총체적 우주자연의 마음으로 규정함으로써, 우주자연이 단지 물리적 수준, 한 발 더 나아가 동·식물적 수준의 생명 체계가 아니라 정신적 속성을 지닌 고도의 생명 체계라고 하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셋째, ‘상보적·유기적 연관성’ 즉 ‘호혜성’이다. 왕양명은 일기유통설(一氣流通說)을 근거로 무생물·식물·동물이 인간과 동일한 일기의 유통을 통해 인간의 병을 치료해주고 인간을 양육해 주는 반면, 󰡔傳習錄󰡕(下), 「黃省曾錄」, 274조목 : 蓋天地萬物與人原是一體,……故五穀禽獸之類, 皆可以養人; 藥石之類, 皆可以療疾: 只爲同此一氣, 故能相通耳.
인간은 우주자연의 여타 부분과의 감응(感應)을 통해 타인과 동·식물은 물론 무생물의 생명 파괴에 대해서도 이를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통각(痛覺) 작용을 일으키는 바, 󰡔王陽明全集󰡕 권26, 「大學問」 참조.
이러한 영명한 인간 마음의 감응 과정 또한 일기의 유통이라고 주장한다. 󰡔傳習錄(下)󰡕, 「黃以方錄」, 336조목 참조.
이러한 주장에 근거할 때, 인간은 우주자연의 여타 부분과 상호 간에 호혜적 관계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부분들 간의 호혜성은 하나의 생명체가 건강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토대이며 또한 전체생명의 부분들이 건강하게 양육될 수 있는 근간이다. 그리고 총체적 우주자연의 생명 체계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호혜성은 부분들간의 호혜적 관계로서 총체적 우주자연의 생명 본질이며 또한 자기-조직화 과정이다.
이러한 ‘우주자연의 역동적 자기-조직성’과 ‘기의 심리-물리적 속성’ 그리고 ‘인간과 우주자연의 여타 부분들과의 호혜성’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 있는 토대이자 ‘한몸’의 생명 특성이다.

(2) 한몸의 인심(仁心)과 통각(痛覺)

네스와 베리는 자연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인간중심주의와 인간의 무한한 욕망 추구를 문제삼고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체에 국한된 이기적 자아로부터 자연생태계를 포괄하는 대자아를 개발해야 한다거나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생명중심적 규범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왕양명 자신은 오늘날과 같은 생태 위기의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생태 위기를 문제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생태 위기의 한 가운데 살고 있는 우리는 생태 위기와 관련한 문제 의식 속에서 양명학을 재구성해 볼 수 있다.
먼저 왕양명은 「대학문(大學問)」에서 인간과 천지만물의 관계 및 천지만물과 관련한 인간 내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대인(大人)은 천지만물을 한 몸으로 삼는 자이다. 천하를 한 집안처럼 바라보고 중국을 한 사람처럼 바라본다. 무릇 형체를 구분하여 너와 나를 나누는 자는 소인(小人)이다. 대인이 능히 천지만물로 한 몸을 삼는 것은 일부러 그러한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의 인(仁)이 본래 이와 같아서 천지만물과 더불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어찌 오로지 대인만이 그러하겠는가? 비록 소인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또한 그렇지 않음이 없으나, 그 스스로 작다고 여길 뿐이다. 이런 까닭에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반드시 깜짝 놀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怵惕惻隱之心)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그의 인(仁)이 어린아이와 더불어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는 오히려 동류(同類)라고 하자. 새와 짐승이 살해당하기 위해 끌려가며 슬피 울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참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을 갖게 되는 데, 그것은 그의 인이 새와 짐승과 한 몸이 된 때문이다. 새와 짐승은 오히려 지각(知覺)이 있는 것이라 하자. 풀과 나무가 꺾이고 부러지는 것을 보게 되면 반드시 가엾게 여기는 마음(憫恤之心)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그의 인이 풀·나무와 함께 한 몸이 된 때문이다. 풀과 나무는 오히려 생명 의지(生意)가 있는 것이라 하자. 기와나 돌이 깨지는 것을 보게 되면 반드시 애석하게 여기는 마음(顧惜之心)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그의 인이 기와・돌과 한 몸이 된 때문이다. 이는 모두 일체(一體)의 인(仁)이니, 소인의 마음일지라도 반드시 이러한 일체의 인이 있다. 이것은 천명(天命)의 성(性)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연히 영특하고 밝아 어둡지 않는 것이니 이를 명덕(明德)이라 이름한다. 소인의 마음은 이미 나뉘고 좁아졌으되 그 일체의 인이 오히려 이와 같이 어둡지 아니한 것은 그것이 욕망에 움직이지 아니하고 사사로움에 가리지 아니한 때인 것이다. 욕망에 움직이고 사사로움에 가리움에 미쳐서는 이해가 서로 공격하고 분노가 서로 격돌하여 물(物)을 해치고 류(類)를 무너뜨리기를 하지 아니하는 바 없고, 그 심히 골육이 서로 해치는데 이르러서는 일체의 인이 없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진실로 사욕의 가리움이 없다면 소인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 일체의 인은 대인과 같다. 한 가지라도 사욕의 가리움이 있다면 대인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 나뉘고 좁음이 소인과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저 대인의 학을 하는 자는 또한 오직 그 사욕의 가리움을 제거하여 스스로 그 명덕을 밝히고 그 천지만물일체의 본연을 회복하면 될 뿐이지, 본체 밖에서 보태는 바가 있는 것이 아니다. 󰡔王陽明全集󰡕 권26, 「大學問」.


전 우주적 차원의 천지만물을 오늘날의 자연생태계로 국한시켜 볼 때, 위의 내용에서 보여지는 자연생태계와 관련한 인간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분석·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대인(大人)이 능히 천지만물로 한몸을 삼는 것은 일부러 그러한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의 인(仁)이 본래 이와 같아서 천지만물과 더불어 하나가 된다는 주장과 소인(小人)의 마음일지라도 반드시 이러한 일체(一體)의 인(仁)이 있다는 주장에서 알 수 있듯, 자연생태계와 인간을 한몸으로 연결해주는 핵심 중추는 ‘만물일체(萬物一體)의 인심(仁心)이며, 만물일체의 인심은 후천적으로 개발되거나 확장되는 마음이 아니라 인간의 선천적·본질적 마음이다.
둘째, 만물일체의 인심은 이성적 차원의 범주가 아닌 인간 자신과 한몸을 이루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동물·식물·무생물의 생명 파괴에 대해 이를 애석하게 여기고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통각 현상을 수반하는 사실적 마음이다. 인간은 자신과 한몸을 이루고 있는 자연생태계의 마음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여타 부분들의 파괴와 손상은 결국 자신의 전체로서의 한몸의 손상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를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게 된다.
셋째, 인간은 선천적 만물일체의 인심만이 아니라 또한 극단적 개체 욕망(私欲)의 발동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양명학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생존 욕구 자체는 인간의 자연한 정서로서 부정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개체 이익만을 위해 혈육과 투쟁하고 나아가 종을 멸종토록 하는 극단적인 개체 욕망이 문제가 된다. 이에 필자는 ‘私欲’을 ‘극단적 개체 욕망’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王陽明의 生命哲學에 관한 硏究」(성균관대 박사학위논문, 1998.12) 115-117 참조.
극단적 개체 욕망은 본원적 만물일체의 인심을 차폐시키고 형체를 기준으로 한 몸을 자아와 타자로 나누어 자신의 개체 이익만을 위한 대립과 투쟁을 야기하여 종국에는 자연계의 종들을 상실시킴은 물론 자신의 혈육과도 투쟁을 일삼도록 한다. 따라서 극단적 개체 욕망을 극복·제거해야만 만물일체의 인심이 발현·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넷째, 인간은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 여부에 따라 크게 대인과 소인 두 유형으로 나뉜다. 본원적 만물일체의 인심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통각을 느끼는 인간은 대인이며, 극단적 개체 욕망의 지배를 받아 본원적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을 상실한 인간은 소인이다. 그러나 소인이라 하더라도 본래부터 만물일체의 인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인 또한 선천적으로 만물일체의 인심을 내재하고 있으나 다만 극단적 개체 욕망의 발동으로 인해 차폐된 것으로서, 소인 또한 내면적 자각을 통해 극단적 개체 욕망을 제거하고 본래적 만물일체의 인심을 회복함으로서 대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왕양명의 인간 이해를 생태철학과 비교해 보았을 때, 사욕은 인간 개체에 국한된 이기적 소자아와 그리고 만물일체의 인심은 자연생태계로 확대된 대자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인은 인간중심적 규범을 지닌 인간 그리고 대인은 생명중심적 규범을 지닌 인간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만물일체의 인심은 대자아와 같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원적·선천적 마음이며, 소인으로부터 대인은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후천적인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인식 전환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사욕을 제거하고 본원적·선천적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을 회복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하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따라서 오늘날의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양명학을 살펴 볼 때, 오늘날의 생태 위기의 원인은 자연생태계와 인간을 분화시키고 자연생태계를 인간 욕망 충족을 위해 파괴토록 하는 인간의 극단적 개체 욕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의 해결 방안 또한 생태철학에서와 같이 후천적 인식의 개발이나 확장 또는 자연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해 인간과 평등한 내재적 가치나 권리를 부여하는 방법이 아닌 인간 자신의 내면적 자각과 성찰을 통한 사욕 제거와 본래적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의 회복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 할 수 있다.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체생명으로서 자신이 보살피고 건강하게 살려나가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존재라는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3) 친애(親愛)와 한몸

인간은 본원적인 만물일체의 인심(仁心)을 중추로 하여 자연생태계와 한몸을 이룬다. 따라서 인간 자신의 만물일체의 인심의 발현과 실현은 곧 자신과 한몸을 이루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에 왕양명은 인간의 밝은 덕성(明德) 즉 인심은 여타 존재물들과 단절·고립된 상태에서는 발현·실현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王陽明全集󰡕 권7, 「親民堂記」 : 德不可以徒明也. 人之欲明其孝之德也, 則必親於其父, 而後孝之德明矣;…….
이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생태계와의 관계성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를 친애(親愛)함을 미루어 타인의 아버지에게 미치도록 하고 나아가 천하 사람들의 아버지에게 미치도록 한 이후에 나의 인(仁)이 나의 아버지, 타인의 아버지, 천하 사람들의 아버지와 더불어 실제로 한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과 더불어 한몸이 된 이후에 효의 명덕(明德)이 비로소 밝아진다.……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친구 사이로부터 산·시내, 귀신, 새·짐승, 풀·나무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이들을 친애하여 나의 한몸의 인(仁)이 도달하지 않음이 없는 연후에 나의 명덕이 비로소 밝아지지 않음이 없게 되어, 진실로 능히 천지만물로서 한몸을 삼게된다. 󰡔王陽明全集󰡕 권26, 「大學問」


인간의 명덕 즉 인심은 자신의 가족과 여타 인간들은 물론 동·식물과 무생물을 포함하는 자연생태계의 여타 부분들에 대한 실제적 친애의 실천 활동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인간 자신이 자연생태계와 한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친애의 실천 활동의 곧 나의 본원적인 명덕의 발현이며 실현 과정이기 때문에 친애의 실천 활동과 명덕의 실현은 별개의 과정이 아닌 사실상 한몸을 실현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王陽明全集󰡕 권7, 「大學古本序」 : 以言乎己, 謂之明德; 以言乎人, 謂之親民; 以言乎天地之間, 則備矣.

왕양명은 또한 인간사회 나아가 자연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한 친애의 실천 활동은 인간 마음의 자연한 생명 의지의 발단처인 가족간의 사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성장·발현되어 가는 것이며, 󰡔傳習錄󰡕(上), 「陸澄錄」, 93조목 : 父子兄弟之愛, 便是人心生意發端處, 如木之抽芽. 自此而仁民而愛物, 便是發幹生枝生葉.……
또한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한 친애는 가족간에 서로에 대해 진실하고 성실하며 아픔을 함께 하는 양지(良知=仁)를 미루어 감응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본다. 󰡔傳習錄󰡕(中), 「答聶文蔚」, 190조목 : 使人於事君處友仁民愛物, 與凡動靜語黙間, 皆只是致他那一念事親從兄眞誠惻怛的良知, 卽自然無不是道. 蓋天下之事, 雖千變萬化, 至於不可窮詰, 而但惟致此事親從兄一念眞誠惻怛之良知以應之. 󰡔陽明全書󰡕 권26, 「寄正憲男手墨二卷」: 仁, 人心也, 良知之誠愛惻怛處, 便是仁.
즉 자연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한 친애의 토대는 서구의 환경윤리학에서와 같이 대상물의 고유한 가치나 권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가족에 대해 느끼는 사랑과 아픔 같은 인간의 내면적·본원적 마음에 있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연생태계에 대한 친애는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대한 내면적 자각과 실천 과정으로 귀결된다.

성인(聖人)이 자신의 마음을 다하기를 구하는 것은 천지만물로서 한몸을 삼는 것이다.……일을 알맞게 처리하고 도와서 자신을 완성하고 존재물을 완성하는 것은 나의 마음을 다하기를 구하는 것일 뿐이다. 마음이 다해지면 가정이 다스려지고 국가가 다스려지며 천하가 평화롭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학문은 마음을 다하는 데서 나온다.……대저 성인의 학문은 나와 타자를 나누지 않으며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천지만물을 하나로 하는 것으로서 마음을 삼는다. 󰡔王陽明全集󰡕 권7, 「重修山陰縣學記」


결국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의 구성원들에 대한 친애의 실천 활동은 이들과 한몸이 된 상태에서의 인간 마음의 내면적 자각과 실천 과정으로서, 인간 마음의 자각과 실천은 한 개체의 완성만이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포괄하는 한몸의 완성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왕양명은 천지만물의 한 부분이라도 온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나 자신의 내면적 덕성 즉 인(仁)이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하여, 󰡔傳習錄󰡕(上), 「陸澄錄」, 89조목 : 雖親民, 亦明德事也. 明德是此心之德, 卽是仁. 仁者以天地萬物爲一體. 使有一物失所, 便是吾仁有未盡處.
자연생태계의 온전성의 여부의 문제를 인간 자신과 무관한 대상물의 문제가 아닌 자연생태계를 포괄하는 한몸의 의식 중추로서의 인간 자신의 자각과 실천 여부 즉 인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4. 생태철학과 한몸철학의 공조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네스와 베리의 생태철학과 왕양명의 한몸철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바라봄에 있어 인간중심주의는 물론 동물평등주의나 생명중심주의와 달리 생태중심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상호 간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네스의 ‘Ecosophy T’와 왕양명의 ‘한몸철학’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네스는 자연계 구성원들의 생명 자체에 대한 가치 및 생명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에 대한 가치 부여를 토대로 생명의 다양성과 공생을 실현하기 위해 개체론적·이기적 ego로서의 소자아로부터 개인과 공동체 전반을 포괄하는 대자아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이성적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면, 왕양명은 인간과 천지만물은 본래 한몸이라는 직관적 자각을 토대로 인간을 한몸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극단적 개체 욕망을 제거하고 자연생태계와 인간을 한몸이게 해주는 인간의 선천적·본질적 만물일체의 인심(仁心)을 회복하고 친애를 실천하자는 내면적 자각과 실천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둘째, 네스는 생태권을 포괄하는 대자아 안에서도 인간의 개체적 ego는 동시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고,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관계를 한몸이 아닌 공생하는 관계로 본다. 반면 한몸철학에서 만물일체의 인심을 회복한 상태에서는 극단적 개체 욕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 상태에서 인간은 자연생태계와 공생 관계가 아닌 한몸의 관계를 이루고 또한 인간은 통각을 느끼는 한몸의 중추적인 마음의 위치를 회복하게 된다. 셋째, 후천적인 대자아의 개발 즉 자아의 확대 과정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성(공생)에 대한 보다 확고한 이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연세계에 대한 이성적·외재적 탐구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반면 한몸철학에 있어 극단적 개체 욕망을 제거하고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을 회복하는 과정은 외재적 탐구보다는 자연생태계와 인간의 본원적 일체성에 대한 내면적 자각과 반성은 물론 이로부터 추동되는 실제적인 실천을 중시하게 된다.
다음은 베리의 ‘생명공동체’와 ‘한몸철학’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베리는 실재와 가치에 대한 규범의 전환 즉 인간중심적 규범으로부터 ‘생명중심적 규범’으로의 이성적 전환을 주장하는 데서 출발하는 반면, 한몸철학은 인간과 우주자연의 본원적 일체성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 둘째, 베리의 생명공동체에는 살아있는 종들만이 포함되며 인간은 생명공동체의 한 구성원인 반면, 한몸에서는 살아있는 종들만이 아닌 무생물까지 모두 포함하며 인간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의 마음이라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셋째, 베리가 주장하는 총체적 지구와 자연세계에 대한 인간의 친밀성은 사실상 인간공동체 안에서 구성원 사이에 느낄 수 있는 친밀감을 의식의 전환을 통해 자연세계로 이성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라면, 한몸철학에 있어 자연세계에 대한 인간 마음의 통각은 본원적인 것으로 내면적 자각을 통해 발현해 가는 과정이다. 넷째, 베리는 친밀성의 근거를 인간 내면이 아닌 자연과학의 성과물에 의존하여 찾고 있으며, 생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정립함에 있어 그 토대를 인간 내면이 아닌 자연세계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몸철학에서는 한 몸의 실현 방안을 자연세계에 대한 외재적 탐구가 아닌 극단적 개체 욕구의 제거, 만물일체의 인심과 통각의 회복 및 친애의 실천 활동과 같은 내면적 반성·자각과 실천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상호 간의 차이점은 생태철학과 한몸철학이 대립·갈등 관계보다는 상호 보완과 공조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오늘날의 생태 위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보다 발전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에 생태철학과 한몸철학이 각기 일방 통행을 할 경우 보여질 수 있는 문제점과 관련하여 상호 간의 공조의 필요성을 여러 측면으로 나누어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첫째,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현실적·실제적·구체적 대안 마련에 관한 문제이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궁극적으로는 자연세계를 인간의 무한한 욕망 충족과 복지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 보는 인간중심주의적 도구적 자연관을 토대로 한 전지구적 산업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전제할 때, 인간과 자연을 분화시키는 인간의 극단적 개체 욕망을 문제삼으면서 인간과 자연계의 본원적 일체성의 회복을 주장하는 한몸철학은 생태 위기 극복과 관련하여 그 자체로서 일정정도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생태 위기는 단지 국지적·단편적인 문제가 아닌 다원화되고 복잡한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적 배경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다양한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해서만이 한몸철학은 단지 의미 나아가 가능성의 수준이 아닌 생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실제적 대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몸철학은 생태 위기 문제를 다양한 현실적 배경과 관련하여 진단하고 또한 자연과학의 성과를 최대한 수용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해 나가고 있는 생태철학과의 공조를 필요로 한다.
둘째, 자연생태계와 인간의 위상과 관련한 문제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몸철학에서는 인간과 우주자연은 ‘한몸’이라는 전제 위에 인간에게 우주자연의 마음이라는 중추적 위상을 부여하고 있는 반면, 베리는 인간과 자연을 생명공동체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보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또한 공생의 관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인간은 자연생태계의 온전성을 감지하고 이를 건강하게 양육해 나가야하는 총체적 책임이 부여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한 인간에게는 단지 한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만이 주어질 뿐 이러한 총체적 책임감은 부여되지 않는다. 이는 자연생태계 파괴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생태철학에서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 또는 정복자로서의 위상으로부터 자연생태계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격하시킴으로서만이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생태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데서 비롯된다. 자연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인간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이러한 사고는 자연계의 존재 가치를 위해 전지구적 진화의 최고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고 인간을 단지 자연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는 또 다른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생태철학은 자연의 지배자·정복자로서의 인간을 자연과 동일할 수평적 관계로 끌어내릴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자연생태계의 마음 즉 중추적 위상을 부여함으로서 자연생태계의 건강성 여부를 인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은 물론 인간의 존재 가치 양자 모두가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살아 남는 길을 의미한다.
셋째, 내면적 자각과 인식의 전환의 공조 문제이다. 한몸철학은 인간과 자연계의 본원적 일체성을 토대로 한 인간의 내면적 자각과 성찰을 중시한다. 반면 생태철학은 자연생태계에 대한 외재적 탐구를 토대로 한 자연계로의 자아의 확장과 인식의 전환을 중시한다. 즉 전자는 자각 주체로서의 영명성의 문제라면, 후자는 인식 주체로서의 이성의 문제이다. 따라서 전자에서는 본원적 일체성에 근거하여 내면적 자각을 통해 만물일체의 인심으로서의 영명성을 회복할 경우 자연생태계의 일부분의 생명 파괴에 대한 통각 현상을 수반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인식의 전환만으로 이러한 통각 현상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통각 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신체의 한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 아픔을 느끼지 않아 이를 치료하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가 손상될 위험에 처하여도 이에 대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통각은 상처를 치유하고 신체를 손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수반하는 사실적 생명 현상이다. 따라서 자연생태계와의 본원적 일체성에 대한 내면적 자각을 통해 수반되는 통각은 자연생태계가 손상되었을 때 이를 인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생태계의 손상된 부위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자연생태계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하는 출발점이다. 그리고 내면적 자각을 통해 개체의 국한성을 뛰어 넘어 자연생태계와의 일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이러한 통각을 느끼는 인간은 외재적 사실이나 이해 관계에 이끌리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생태철학은 이성적 인식의 전환만을 주장하고 자연과학의 성과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생태계와의 본원적 일체성과 이에 대한 인간의 내면적 자각을 동시에 수용해야 한다. 또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단지 공생 또는 공동체의 구성원 관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인간을 살아있는 생명체 내의 통각의 주체로 파악함으로써만이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몸철학의 내재적 자각과 영명성 및 통각 등의 문제는 개인적 문제로 국한되거나 또 다른 서구 이성주의에 의해 신비주의로 매도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자연세계에 대한 객관적 탐구와 이성적·논리적 사변을 토대로 하고 있는 생태철학과의 공조를 통해 한몸철학은 보편적 체계성을 새롭게 마련함으로써 개인적 국한성을 벗어남은 물론 신비주의라는 허울을 벗어야만 한다.

5. 나오는 말

21세기는 생명의 시대라고 한다. 이 말은 현재 인류를 포함한 전지구가 절박한 생명의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세의 자연의 공포와 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한 근세의 수많은 노력들은 오히려 자연생태계의 위기와 더불어 인간 자신의 생명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토마스 베리는 “지난 천년 동안 직접적으로 스스로를 지배해 온 지구는 지금 자신의 미래를 인간의 결정을 통해 결정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이제 인간 자신의 생사존망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사존망 또한 인간 자신의 역할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 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 자신은 물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인간과 자연계를 포괄하는 대자아 또는 생명공동체를 주장하는 생태철학을 잉태시킴은 물론 전우주적 생명을 중시하는 동양의 전통 사상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주었다. 전지구적 생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전통과 현대의 공조,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필자는 지금까지 서구와 현대를 대표하여 생태철학을 그리고 동양과 전통을 대표하여 한몸철학을 체계적으로 고찰함과 아울러 상호 공조의 필요성을 모색해 보았다.
인간 자신이 자연생태계와 본래 한몸이라는 자각과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인간 자신의 진정한 아픔으로 느껴질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파괴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하게 살려나가고자 하는 실천의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중단없는 실천을 지속할 수 있다. 반면 이성적·과학적으로 생태 위기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자연생태계를 건강하게 살리고자 하는 실천이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조를 통해서만 비로소 자연생태계는 물론 인간 자신의 생명을 위기로부터 구하고 자연생태계와 인간이 더불어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색인어 : 대자아-실현, 생명공동체, 인심, 통각, 친애


=ABSTRACT=

Mutual Aid between Eco-philosophy and Han-mom Philosophy

KIM Sea-jeong
Department of Confucian Studies, Sungkyunkwan University

This article consists of three parts. The first part discusses modern Eco-philosophy of the West; Arne Naess’s Ecosophy T and Thomas Berry’s Life Community. In the second part, this article deals with  traditional Wang Yang-ming’s Han-mom philosophy of the East. In the last part, this article examines the possibility of the mutual aid between Eco-philosophy and Han-mom philosophy to solve the modern eco-crises.
Arne Naess insists to enlarge self from narrow egoistic self to Self embracing all life forms on the planet  and then to maximize (long-range, univeral) Self-realization, diversity and symbiosis. Thomas Berry insists that our sense of reality and of value must shift from an anthropocentric to a biocentric norm of reference. And we must begin by accepting the fact that the life community, the community of all living species, is the greater reality and the greater value.
Han-mom philosophy is based on the dynamic capacity for self-organization of universal all nature, psychological and physical property of Chi(氣), and reciprocity between human and nature. And it insists that we must remove individual desire and rehabilitate the original benevolence and the sense of pain toward universal all nature through our own internal self-awakening and then we have not only to realize human life-essence but also to embody creative realization of natural life through the practical activity of affection for natural world.
Eco-philosophy can make a firm basis which can put its principles into dynamic and practical activity by supplement of Han-mom philosophy. And Han-mom philosophy can be a practical alternative plan to solve the problem related with ecological crisis by meet with such eco-philosophy that suggests the concrete counterproposal to solve the modern ecological problems through analyzing the diverse background of ecological problems and basing on the results of ecology.  

Key Words : Self-realization, Life Community, Original Benevolence, Sense of Pain, Practical Activity of Affection

한국생명윤리학회 학회지 『생명윤리』제 2권  제 1호 (2001년  5월)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첨부작성일조회
64   생명이란 무엇인가?   2005/10/04(화)  23354
63   생물학적ㆍ의학적 관점에서 본 생명   2005/10/04(화)  15115
62   생태철학과 한몸철학의 공조   2005/10/04(화)  9625
61   생명과 평화의 동아시아ㆍ태평양 신문명 창...   2005/10/04(화)  15090
60   한국 생명사상의 뿌리   2005/10/04(화)  2300
59   한국의 양명학과 생명사상   2005/10/04(화)  4555
58   여성. 자연. 생명의 "오래된 지혜"를 찾아...   2005/10/04(화)  6497
57   전근대 여성의 신명과 풍류   2005/10/04(화)  8668
56   여성주의 리더십의 관점에서 본 살림의 리...   2005/10/04(화)  902
55   여성의 몸, 생명, 여신   2005/10/04(화)  18480

 
처음 이전 다음       목록 쓰기

  

 


한국생명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