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학연구원 대구 청소년 종합상담실

 

 

생명관련뉴스

관련사이트

 

 

 

 

 

 

2008/4/28(월)
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  

[믿음의 새길을 찾는다]가난하고 소박한 이웃의 삶을 나누다
입력: 2008년 04월 25일 17:51:23
ㆍ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

지난 6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광덕3리 시골교회에서 떠들썩한 잔치가 열렸다. 자칭 ‘촌놈’이자 ‘돌파리(突破理)’인 임락경 목사(63·사진)의 막내딸 들래씨(23)의 혼례를 축하하는 잔치였다. 임 목사는 진달래빛 바지·저고리에 감청색 마고자 차림으로 수줍게 웃으며 손님을 맞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웃을 때마다 이마의 주름이 깊게 파이는 그는, 시골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었다.

임 목사가 정박아, 지체장애인, 노약자 30명과 함께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시골교회에는 십자가도, 간판도 없다. 장애인 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 교회로 등록은 했지만 예배가 중심인 여느 교회와는 딴판이다. 임 목사는 그냥 ‘시골집’으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날 시골집의 혼례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다원주의 신학의 입장에서 ‘건물 없는 교회’를 실험 중인 드림실험교회 이현주 목사, 다석 유영모 선생의 제자인 박영호 선생, 농사 지으면서 목회하는 강원 춘천 사북교회 한주희 목사, 대안학교인 경기 남양주 산돌학교 교장 이은재 목사 등이었다. 또 임 목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정농회 등에서 활동하는 환경·생태농업 운동가들도 시골집을 찾았다.

면장님, 이장님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도 총출동했다. 청첩장에 ‘부조는 잔칫날 함께 먹을 음식으로만 받겠습니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하객들이 한사코 임 목사 주머니에 봉투를 찔러주는 통에 자주 승강이가 벌어지곤 했다.

임 목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손님들에게 딸과 사위를 인사시켰다. 그는 피붙이로서 자식을 두지 않았다. 이날의 주인공인 들래씨는 다섯살 때 입양했다. 그 위로 윤선, 수희, 달래 등 세 명의 언니들이 있다. 임 목사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기 위해 시골집 안살림을 맡고 있는 이애리씨(48)와 ‘법적인’ 부부가 됐다. 이씨는 시골교회 장애인선교원 원장이다.

들래씨는 충남 홍성의 대안학교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나와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에 풀무학교 동창인 정회진씨(24)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하루 전 신랑집이 있는 의정부에서 치렀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로 들래가 혼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밥값 하고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짬이 나시면 오셔서 축하해 주시고, 신랑 신부 친구들의 놀이마당이 있으니 젊은이들의 희망도 보시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임 목사가 가까운 사람 몇몇에게만 돌린 청첩장의 글이다. 그런데도 서로 서로 연락을 취해 500여명의 손님이 시골집을 가득 메웠다. 드림실험교회와 사북교회 교우들은 이곳에서 연합예배를 드렸다.

시골집에는 커다란 한옥 기와집을 중심으로 돌집, 사랑채, 메주숙소, 돼지우리와 닭장, 비닐하우스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돌집 앞에는 간장·된장 항아리 100여개가 줄맞춰 늘어섰다.

혼례 축하예배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한옥 기와집 건물에서 열렸다. 기둥을 세우고 기와도 반쯤만 올려 사방이 확 트인 기와집에서 우렁찬 징소리로 예배가 시작됐다. 이현주 목사는 ‘시골예수’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목사는 친구이기도 한 임 목사를 ‘시골예수’ ‘도인’이라고 평한다.

임 목사는 “그냥 잔치만 하려고 했는데 예배 중독자들이 많이 와서…”라고 혼잣말을 하며 뒤늦게 이 원장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6개월 전 아토피 치료차 시골집에 들어온 방수진씨(26)가 박영호 선생이 쓴 ‘주님, 오늘 이 아침’이라는 기도시를 낭독했다. ‘주님, 오늘 이 아침/저희들을 작게 만들어 주소서//저희들이 작아져서 남에게 안길 수 있게 해주시고/저희들이 작아져서 남에게 기댈 수 있게 해주시고/저희들이 작아져서 남에게 사랑을 구할 수 있게 해주소서//주님, 오늘 이 아침/저희들을 크게 만들어주소서//저희들이 커져서 남을 안을 수 있게 해주시고/저희들이 커져서 남이 기댈 수 있게 해주시고/저희들이 커져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주소서.…’

이현주 목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한 번 배워보라고 이 땅에 보냈다”며 “결혼과 가정은 그런 사랑을 배우는 참 좋은 학교”라고 설교했다. 그는 또 “사랑을 하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바로 천국이고, 사랑이 없으면 지옥”이라며 “사랑이라는 감옥에 가두지도 말고, 자유라는 광야에 내버리지도 말고, 이해는 깊게 하고, 배려는 자상히 하라”고 당부했다.

예배가 끝난 뒤 국수, 홍어회, 막걸리, 각종 나물과 김치볶음, 떡과 과일 등 말 그대로 옛날 잔칫집처럼 푸짐한 음식이 차려졌다.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음식을 날랐다.

모두들 배를 채운 다음 공연이 이어졌다. 시골집 식구들은 ‘텔미’ 노래와 율동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이들은 눈부시게 예뻤고, 청년들도 구김살없이 환한 얼굴로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신랑·신부는 ‘사랑가’를 열창했고, 풀무학교 동창생들의 무대도 흥겨움을 더했다. 전북 익산에서 이인수옹(83)에게 금강성포좌도농악을 전수받은 서동선화풍물패의 공연은 셋째딸 달래씨(24)가 단장으로서 풍물을 이끌었다.

임 목사는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평생 농사꾼이 되기로 작정하고 16살 때 무등산 동광원에 들어갔다. 동광원은 ‘맨발의 성자’로 알려졌던 이현필 선생이 결핵환자, 과부, 고아, 장애인들을 위해 세운 최초의 기독교 수도공동체였다. 임 목사는 동광원에서 15년간 결핵환자들을 돌보며 살았다. 지금 그의 삶의 바탕은 동광원 시절의 훌륭한 스승들인 유영모·이현필·최흥종·오북환·김준호·백춘성 선생 등의 가르침이 바탕이 됐다. 그는 군 제대 후 목사가 되기 위해 무허가 신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30년 전 화악산 자락 산골마을에 교회를 세우고 화천에 터를 잡았다. 80년대 초 교회의 목회는 다른 이에게 맡기고, 지금의 시골집으로 옮겨왔다. 70~80년대에는 유신반대운동, 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임 목사는 시골집에 찾아오는 사람을 내치는 법이 없다. 그는 정신과 몸이 불편해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을 식솔로 데리고 모종하고, 김을 매고, 꿀을 딴다. 이곳에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도와주며 산다. 중증 장애인들도 자기 능력만큼만 일하면 된다. 식구들은 일요일 아침 예배 설교도 돌아가면서 한다.

시골집은 완전 무공해로 농작물을 키우는 농장이자 유기농 토종콩으로 ‘시골집’ 브랜드의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공장이기도 하다.

임 목사는 현재 ‘바른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임’인 ‘정농회’ 회장, 상지대 학생들에게 유기농업을 가르치는 초빙교수 직함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명함에는 그냥 ‘촌놈 임락경’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한 몸에 다방면의 재주를 지녔다. 농사는 기본이고 30년 경력의 양봉가이며, 집터와 수맥을 제대로 짚어내는 풍수가이고, 친환경 먹을거리에도 조예가 깊다. 글쓰기, 노래도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다. 손재주가 좋아 뭐든 한 번 보면 척척 만들어낸다. 원두막과 재래식 변소를 지은 뒤에는 목수가 다 되어 이번에 번듯한 목조 한옥을 짓는 일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요즘은 특히 음식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돌파리’ 건강 전도사가 됐다. 그러나 ‘돌팔이’가 아니고 돌파리다. 이현주 목사는 ‘진짜 사람사는 일 걱정해 나무 심고, 땅 거두고, 짐승 돌보는 일에서 우주의 큰 이치를 찾던 선비들’을 돌파리라고 정의한다. 임 목사는 경기 남양주에 있는 감리교 교육원에서 두달에 한 번씩 ‘임락경의 건강교실’을 진행한다. 그는 만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의식주에서 찾는다. 인공음식과 가공식품들이 밥상을 바꿔놓으면서 현대의 갖가지 질병을 불러들였다고 말한다.

임 목사는 시골집 식구들은 사고가 나는 경우를 빼고는 누구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장애를 가졌지만 병 없이 모두가 건강하다는 것. 그동안 해열제, 진통제 한 알 쓰지 않았다. 그는 우리의 전통 재래식에 살 길이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뒷걸음질쳐야 합니다. 옛날에는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렸지만 지금은 잘못된 음식을 너무 먹어 탈이 납니다. 자연에 맞게 살면 만병이 없어집니다. 먹을거리와 함께 의식주도 싹 바꿔야 합니다.”

그의 말은 거침없고 담백하다. 그는 “몸이 건강하려면 몸에 집어넣는 음식이 깨끗해야 한다”면서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는 것을 바로 익히면 도인(道人)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임 목사다운 ‘무위자연’의 선문답이다.

그는 “일찍이 이현필 선생이 ‘원조물자 먹지 말자’ ‘학교 보내지 말자’ ‘병원 가지 말자’ ‘고기 먹지 말자’고 가르쳤다”면서 “그분의 주장은 유기농과 채식주의, 대체의학, 대안교육 등 오늘날에 더욱 유효한 탁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돌파리 잔소리’ ‘촌놈 임락경의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 등의 책을 펴냈다. 특히 건강에 관한 글에서는 아토피는 ‘아이들이 흙(土)을 피해서 생긴 병’, 도시인들은 개고기 먹지 마라, 뷔페는 부패, 김치 양념이 바로 감기약 재료, 한약 잘못 먹으면 한(恨)약이 된다, 몸살 나면 약 먹지 말고 앓아라, 자주 베이고 찔리면 파상풍도 면역된다, 화장지 잘못 쓰면 환장한다, 식중독엔 된장물이 즉효, 감기는 빈 속으로 다스린다 등 현대인의 정곡을 찌르는 건강법들을 많이 소개했다.

그의 사연을 듣는 동안 좌도농악 공연은 시골집 앞마당에서 잔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는 “징은 천둥, 꽹과리는 번개, 장구는 바람, 북은 구름을 상징하며 이것들이 잘 조화를 이룬 게 좌도농악”이라며 “억세게만 치면 부조화가 되는 것처럼 사람 사는 일이나 건강도 마찬가지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불교는 신라와 고려를 망쳤는데도 산중 도인인 선승들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살아 남았어요. 유교의 양반들이 조선을 망쳤지만 스스로 청빈을 실천한 선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그 가르침이 이어지고 있지요. 기독교도 나라 망치기 전에 목사들이 주지나 양반 노릇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강원도 산골짜기 임락경 목사의 시골집은 하늘나라를 옮겨 살고 있었다.

[경향신문] <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수정/삭제     다음글    
번호제 목작성일조회
30   강원도 화천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 2008/04/28(월)  4613
29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전문 2005/10/05(수)  25804
28   'BT 윤리헌장' 생명윤리 논의 새 바람 2005/10/05(수)  17943
27   축산물 항생제 사용 세계최고 2005/10/05(수)  16860
26   생명기술공학인가 생명학인가 2005/10/04(화)  5703
25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 EIDF2005 2005/08/30(화)  15515
24   생명·평화존중의 싹 東亞서 찾는다 2005/07/01(금)  14300
23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 2005/06/05(일)  17749
22   GMO 옥수수 먹은 쥐에 이상..인간에도 유해... 2005/05/23(월)  9318
21   무섭도록 신비한 생명 2005/04/26(화)  11162

 
다음       목록 쓰기

  

 


한국생명학연구원